'불꺼진 새집' 2.6만가구…대구선 분양단지 절반이 '눈물의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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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 11년8개월 만에 최대…80%가 지방
전국 곳곳 미분양 '곡소리'
대구 올들어 미분양 9065가구
'악성'은 3776가구로 전국 최다
광주선 핵심입지 분양률 60%대
건설사 대규모 할인 나섰지만…
분양가의 85%에 잔금유예 5년
4억 싸게 내놓자 소송전 비화도
"할인해도 안 사니 답이 없어요"
전국 곳곳 미분양 '곡소리'
대구 올들어 미분양 9065가구
'악성'은 3776가구로 전국 최다
광주선 핵심입지 분양률 60%대
건설사 대규모 할인 나섰지만…
분양가의 85%에 잔금유예 5년
4억 싸게 내놓자 소송전 비화도
"할인해도 안 사니 답이 없어요"

대구에서는 1년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은 아파트 단지가 한둘이 아니다. 지역 주민이 “동네 흉물이어서 누구든 빨리 입주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대구에선 전체 분양 단지의 절반인 30여 개 단지가 할인 분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30%가량 할인해 50~100가구를 팔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전국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의 대규모 할인에도 미분양이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도금, 잔금 등을 제때 못 받은 중소 건설사·시행사의 연쇄 부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방에 불 꺼진 단지 수두룩

다른 지방 도시도 미분양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 마찬가지다. 경북(3026가구→3308가구) 경남(3026가구→3176가구) 부산(2438가구→2462가구) 등이 모두 한 달 새 악성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
광주의 핵심 입지 아파트마저 예외가 아니다. 광주 서구 상무센트럴자이는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파트 주변에서 이삿짐 차량을 구경하기 쉽지 않다. 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제대로 완판됐다면 하루에 탑차 10대 이상이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규모가 903가구인 이 단지는 신도심인 상무지구와 1㎞ 이내로 가까운 데다 대로변에 도시철도 1호선이 지나 분양 전엔 도심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렸다. 하지만 업계 추산 분양률이 60~65%에 불과하다.
◇눈물의 할인 분양… “그래도 안 산다”
미분양이 계속 쌓이다 보니 지방에선 대대적인 할인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 동구 ‘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는 준공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자 분양가의 85%를 5년 뒤 납부하는 잔금 유예 5년 또는 선납 할인 7000만~9300만원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는 분양가보다 4억원 싸게 내놓으며 법정 소송까지 번졌다.대구 달서구 A공인 관계자는 “5년 전 분양한 전용면적 84㎡ 아파트 시세가 4억원대인데 분양가가 6억원을 넘었으니 계약이 될 리 만무하다”며 “공사가 시작된 2021년 인근 아파트 호가가 5억원대 후반까지 올라갔지만 분양가 상승을 기대하고 후분양을 택한 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을 옭아매고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시청이 500m 거리에 있어 입지 여건이 좋다고 평가받은 상무퍼스티넘스위첸(226가구)은 미분양으로 할인 및 임대 전환에 들어갔다. 후분양한 이 아파트는 7000만원 특별 할인과 함께 일부 가구를 4년 전세 임대로 돌렸다. 분양권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광주에선 전용 84㎡ 이상 중대형 가구 위주로 분양권이 당초 분양가보다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적지 않다. 전용 84㎡는 분양권이 8000만원, 150㎡는 1억5000만원까지 내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광주 지역 주택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계속 쌓여 분양가격이 더 하락할 것을 기대하는 수요자가 쉽게 매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새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미분양 물량이 늘어만 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임동률/대구=오경묵/심은지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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