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공장 지었더니…국내 車 일자리 10만개 '쑥'

현대차 글로벌 낙수효과

2005년 앨라배마 준공 이후
국내 부품 협력사 동반 성장
현대자동차그룹은 1996년 충남 아산공장을 끝으로 더 이상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았다. 이후 건립한 17개 공장은 미국 중국 인도 등 전부 해외에 있다. 노동계는 “현대차가 한국을 버렸다” “국내 고용은 이제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05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이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본격 나선 지난 20년 동안 국내 생산과 고용이 각각 30% 가까이 증가했다. ‘해외 공장 구축→인지도·이미지 제고→글로벌 판매 증가→국내 생산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덕분이다.
경기 화성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시트 충돌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340만 대로 앨라배마 공장 가동 전인 2004년(269만 대)보다 2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직원도 8만5470명에서 11만884명으로 29.7% 늘었고, 전체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24만여 명에서 33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뿌린 씨앗이 국내 자동차 생태계를 살찌우는 ‘나비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 유럽 등 메인 무대에서 세계 최고 기업과 ‘진검승부’를 펼치는 과정에서 품질과 디자인 실력이 몇 단계 높아졌고, 그 덕에 판매량이 2004년 317만 대에서 지난해 723만 대로 두 배 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해외 수요가 늘어나니 국내 공장도 ‘풀가동’ 체제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렇게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29년 만에 국내 공장 건립에 나섰다. 2023년 해외법인 유보금 59억달러(약 8조원)를 ‘자본 리쇼어링’으로 들여와 현대차 울산 전기차 공장 건설 등에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보다 19% 많은 24조3000억원을 올해 국내에 투자한다.

김보형/신정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