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속에 살고있다. 예전처럼 특수정보를 손에
넣기위해 조르게같은 전문에이전트가 필요한 때가 아니다. 오히려
정보량이 너무 많아 무엇이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인가를 판단하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 정보량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특수정보기관이 국가정보를
독점하는 시대도 끝나고 있다. 전방위적인 정보수집을 위해 각국은
국가정보기관(안기부)과 부문정보기관(외무부 상공부 무공등)간에
정보공조체제확립을 서두르고 있다.

국가정보의 우선순위도 바뀌고 있다. 냉전체제의 붕괴이후 공산권정보는
1순위에서 밀리고 있고 생태계에 관한 정보라든가,마약 테러등의
국제범죄정보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경제전쟁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정보,금융 무역 산업정보같은 경제정보가 국력극대화를 좌우하는
주요정보로 자리하고 있다. 선진국 정보기관들은 다른나라의 산업스파이를
저지하고 경제정보수집활동을 강화하기위해 민간기업들까지 에이전트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정보가 1순위
미국의 경우 정보기관과 민간업계사이에 조직적인 정보교환체제를
구축하는 일을 산업첩보전의 기본전략으로 세워놓고 있다.
CIA(미정보국)는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의 기업지사들과
협력,해외경제첩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CIA는 현재 해외에서 얻은
경제기밀들을 국내기업에 제공해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한다.

일본은 정보기관과 민간기업간 정보공조체제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비된 국가이다. 통산성 무역진흥회같은 경제정보유관기관과 미쓰비시
히타치등의 다국적기업들간에 긴밀한 정보교환채널이 형성돼 있다는 보도는
이제는 구문이다. 미국의 상무차관을 지낸 라이오넬 올머는 일본이
해외무역지사망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조직화된 경제첩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각정보조사실(내조실)은 정경문제연구소등
프로급 정보분석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십개의 자체외곽단체를 보유한외에
민간기업과의 정보교류도 활발하다.

내조실은 방대한 첩보자료를 토대로 다른 나라의 대외물자흐름동향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그나라의 경제사정을 손금보듯 꿰뚫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들은 요즘 국가정보기구 경제유관기관 민간기업정보부서가 한데
어우러져 총체적 경제첩보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뿐아니라
중국같은 나라들도 해외에 진출한 요리사 공장근로자 학생들을 통해
현지첩보를 입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소수정예의 전문스파이시대에서
보병스파이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앨빈 토플러의 지적처럼 경제첩보전쟁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토플러는 그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현재의 경제첩보전이
앞으로 수십년간 더욱 체계적이고 격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민관공조체제 절실
선진국정보기관들이 경제첩보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우리만이
아직도 정보수집의 최우선순위를 대공부문에 두어야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일이다. 북한정권의 존재가 우리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처지에 우리정보기관이 냉전시대의 정보전략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대외정보수집활동이 언제까지나
낭비적 정보개념인 안보차원에만 머무를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부터라도
산업기밀의 보호라든가,민관정보팀의 공조체제확립같은 생산적인
첩보활동에 눈을 돌려야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외국기업들로부터
과학기술정보수집의 중심지라는 오명을 듣고있다고 한다. 1억원의 현찰을
쥐어주면 10억원짜리 산업기밀을 외국기업에 척척 내준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 산업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국민의 이해도가 그만큼
낮다는 얘기이다. 특허권같은 무형의 권리가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재이듯이 산업기밀 해외기술정보도 곧 재산 그자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국제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일은 우리정보기관의 또다른 몫이다.

안기부가 엊그제 전경련을 통해 30대기업그룹의 기조실장을 초청해서
안보정세설명회를 가진 것도 이런 움직임의 첫걸음으로 보고싶다.
우리정보기관이 경제감각 산업마인드가 엷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