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준의 중요성‥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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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bongkp@kotef.or.kr >
운동경기에서 심판 판정의 정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라 판정을 둘러싼 시비가 있기도 하고,요즘에는 비디오로 분석해 판정 자체를 뒤집기도 한다. 그럼에도 야구 경기에서 스트라이크냐 볼이냐를 선언하는 것은 주심의 고유 권한이다. 타자들이 억울함을 표시하면서 배트를 내던지는 경우는 있어도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다. 어떤 심판은 약간 낮은 듯한 볼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가 하면,어떤 심판은 약간 높은 듯한 볼에 손이 올라가기도 한다.
문제는 스트라이크존 자체보다는 모든 경우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느냐 하는 일관성 여부에 관한 것이다. 동일한 기준만 적용된다면 투수들은 쉬 그 기준에 맞추어 공을 던지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낮은 공에,때로는 높은 공에 심판의 손이 올라간다면 공정한 경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잣대의 중요성은 비단 운동경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학이 신입생 입시기준을 바꾸면 전국의 고등학교가 이에 따르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정상 혈압에 관한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자 건강관리에 매달리는 중년 남성이 늘어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신뢰할 만한 기준이 일관성 있게 적용되고 평가만 정확하게 이루어진다면 정해진 기준 안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여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자신의 창의력과 능력에 따라 열심히 움직이다 보면 사회는 저절로 번창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타자를 요리할 수만 있다면 직구를 던지거나 커브볼을 던지거나 하는 것은 오로지 투수의 몫인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이제는 일관성 있는 기준잡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준 자체를 높이고 세분화하는 작업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의 욕구가 보다 다양해지고 그 수준도 한층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식품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고,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너지 효율에 관한 새로운 등급이 책정되면 시장에는 어느새 새 기준을 맞춘 보다 편리하고 질 좋은 상품이 소비자를 맞이하게 됨을 우리는 본다. 국제기준보다 낮거나 두루뭉수리한 국내기준 아래서 우리 제품들이 세계의 명품들과 경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높은 기준,더 세분화된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해야 우리 상품의 품질과 생활의 품격도 한 단계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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