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시인 박봉순(55)씨가 등단 7년만에 첫시집 "서울,황색경보"(황금시대)를 펴냈다.

지난 93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하늘.땅.사람"이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며 생명본연의 모습과 원초적 그리움을 절제된 시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 담긴 시는 모두 80편.

삶에 대한 폭넓은 성찰이 근원적인 이미지로 응축돼 있다.

첫머리에 나오는 "적막강산-하늘.1"은 시인의 세계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천.지.인이라는 삼위일체의 거울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비춘다.

"움직이는 거/냄새나는 거/색깔 있는 거/본래 그들 자리로 죄 돌려보내고/세월의 앙금까지 말끔히 지워버리고/고적하게 앉아 있는 당신은 적막강산"

그에게 "당신"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동의어다.

"밤이면 남 몰래 깨어 일어나/아랫마을 한 바퀴 순행"("청계산의 말-땅.1")하고 때로는 "피보다 진한 울음 우는 짐승"("꽃에 관한 사랑법"-사람.1")으로 환생한다.

황망한 세월의 건널목에서 "푸른 솔바람 소리/들려오는 향방을 따라/천천히 걸음을 떼어 놓곤 하는/못난 버릇 하나 익히게"("늘푸른 소나무")해준 등불이기도 하다.

그 불빛 너머로 35년간 정신의 뿌리를 다져온 시인과 동시대인들의 자화상이 어른거린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