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베이비' 무색해진 美 … 업계선 "셰일붐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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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손익분기점인 65弗 밑으로
중국산 장비값은 2배 넘게 상승
시추·수압파쇄 업체, 줄도산 위기
무역전쟁 뒤 경기 불안·수요 위축
적자 우려에 신규 유정 개발 멈춰원자재 관세에 생산비 급증 … "원유생산, 10년만에 감소"
중국산 장비값은 2배 넘게 상승
시추·수압파쇄 업체, 줄도산 위기
무역전쟁 뒤 경기 불안·수요 위축
적자 우려에 신규 유정 개발 멈춰원자재 관세에 생산비 급증 … "원유생산, 10년만에 감소"
미국 셰일업계에서 10년간의 ‘셰일 붐’이 끝나간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고율 관세로 시추 장비 등 가격이 오르자 셰일업체들이 원유·가스 생산을 줄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드릴 ,베이비, 드릴’(뚫어라, 계속 뚫어라)을 외치며 화석연료 부흥을 공언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셰일업계 흔드는 트럼프 관세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에 있는 셰일업체 데본에너지의 클레이 가스파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지금 매우 경계하고 있다”며 “더 어려운 환경에 접어드는 만큼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S&P글로벌커머더티인사이트는 내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330만 배럴로 올해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원유 생산이 이 수준에 그치면 코로나19 때인 2020년을 제외하고 10년 만에 첫 감소를 기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셰일업체들이 트럼프 관세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과 유가 하락으로 지출을 줄이고 시추 장비를 멈추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원유 생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셰일기업들은 시추 장비 가동을 멈추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댈러스연방은행에 따르면 셰일업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소 6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3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1달러대로 지난 1월 15일 기록한 연중 고점(78.71달러) 대비 23%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공개적으로 낮은 유가를 요구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지난달부터 감산량을 점진적으로 줄인 데다 최근 당초 계획보다 증산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빌 파렌 프라이스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더해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컨설팅업체 케이프트라이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6500달러(약 890만원)였던 중국산 시추 장비 부품 가격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의 영향으로 현재 1만5000달러(약 2050만원)를 넘어섰다. 시추 활동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유전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가동 중인 미국 내 시추 장치는 553개로 전주 대비 10개, 1년 전보다 26개 감소했다. 텍사스주의 시추 장비 가동 대수는 코로나19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긴축 모드’에도 “내년 전망 암울”
셰일업계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에너지 리서치회사 에너버스에 따르면 엑슨모빌과 셰브런을 제외한 미국 상위 20개 셰일업체는 올해 자본지출 예산을 약 18억달러(3%) 삭감했다. 셰브런은 내년 말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의 15~20%를 감원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석유업계는 사상 최고 수준의 생산량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적자 우려로 많은 기업이 신규 유정 개발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맡은 크리스 라이트가 설립한 미국 2위 프래킹(수압파쇄) 전문기업 리버티에너지조차 그가 입각한 이후 시가총액이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회사는 관세 충격, 지정학적 긴장, 유가 불안정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라이트 장관은 “유가 등락은 일시적인 시장 심리의 반영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NYT는 “업계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외교정책을 이번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셰일업체 파이오니어내추럴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전 사장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떨어지면 하루 최대 30만 배럴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셰일업계 흔드는 트럼프 관세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에 있는 셰일업체 데본에너지의 클레이 가스파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지금 매우 경계하고 있다”며 “더 어려운 환경에 접어드는 만큼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S&P글로벌커머더티인사이트는 내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330만 배럴로 올해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원유 생산이 이 수준에 그치면 코로나19 때인 2020년을 제외하고 10년 만에 첫 감소를 기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셰일업체들이 트럼프 관세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과 유가 하락으로 지출을 줄이고 시추 장비를 멈추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원유 생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셰일기업들은 시추 장비 가동을 멈추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댈러스연방은행에 따르면 셰일업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소 6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3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1달러대로 지난 1월 15일 기록한 연중 고점(78.71달러) 대비 23%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공개적으로 낮은 유가를 요구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지난달부터 감산량을 점진적으로 줄인 데다 최근 당초 계획보다 증산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빌 파렌 프라이스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더해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컨설팅업체 케이프트라이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6500달러(약 890만원)였던 중국산 시추 장비 부품 가격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의 영향으로 현재 1만5000달러(약 2050만원)를 넘어섰다. 시추 활동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유전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가동 중인 미국 내 시추 장치는 553개로 전주 대비 10개, 1년 전보다 26개 감소했다. 텍사스주의 시추 장비 가동 대수는 코로나19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긴축 모드’에도 “내년 전망 암울”
셰일업계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에너지 리서치회사 에너버스에 따르면 엑슨모빌과 셰브런을 제외한 미국 상위 20개 셰일업체는 올해 자본지출 예산을 약 18억달러(3%) 삭감했다. 셰브런은 내년 말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의 15~20%를 감원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석유업계는 사상 최고 수준의 생산량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적자 우려로 많은 기업이 신규 유정 개발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맡은 크리스 라이트가 설립한 미국 2위 프래킹(수압파쇄) 전문기업 리버티에너지조차 그가 입각한 이후 시가총액이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회사는 관세 충격, 지정학적 긴장, 유가 불안정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라이트 장관은 “유가 등락은 일시적인 시장 심리의 반영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NYT는 “업계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외교정책을 이번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셰일업체 파이오니어내추럴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전 사장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떨어지면 하루 최대 30만 배럴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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