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 10곳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함께 공시한 기업은 3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70%, 밸류업 공시에 ESG 내용 전무"
8일 KB증권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 143곳 가운데 ESG 관련 내용을 포함한 기업은 42곳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대략적인 ESG 목표와 현황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RE100’(2050년까지 기업 사용전력의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은 10곳,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공시를 하겠다는 기업은 3곳에 그쳤다.

증권가는 밸류업 공시에 ESG를 포함하는 기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명 정부가 RE100 확산과 ESG 공시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TV 토론회에서 “RE100은 글로벌 기업이 정한 원칙이라 그에 맞추지 못하면 수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2029년부터 유럽에 물건을 판매하는 외국 기업에 지속가능성공시(CSRD)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일본의 선례를 봐도 그렇다는 게 KB증권의 설명이다.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관투자가의 89%는 ESG 사안을 밸류업 프로그램에 통합하는 게 좋다고 응답했고, 55%는 ESG 이니셔티브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밸류업 공시를 통해 기후 영향 등에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면 투자자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줄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오른다는 얘기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ESG 정보 공개가 늘어나면 투자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면서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수출 비중이 높고 글로벌 고객사를 둔 제조사를 중심으로 RE100 도입 기업과 TCFD 공시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